2023. 11. 10~12. 09, <꽃, 버드나무 그리고 저수지>, 갤러리 까비넷, 서울

2025. 2. 12. 14:452023

 

 


꽃, 버드나무, 그리고 저수지

내가 사는 곳 근처 하천에는 버드나무가 한 그루가 있다. 지난 2년간 그 하천을 따라 출퇴근을 하면서 차창 너머로 홀로 선 버드나무를 보곤 했다.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이나 축 늘어뜨린 가지의 생김, 호젓한 나무의 모습은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그러다 문득 이동하며 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버드나무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드로잉 도구를 챙긴 후 자전거를 타고 버드나무를 그리러 나갔다. 

지난 몇 년간 꽃과 식물의 모양을 빌려와 화면을 구성하는 작업을 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마주하게 되는 꽃과 식물은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자연물이었다. 그러다 최근, 주된 이동 수단이 자동차로 바뀌면서 갈 수 있는 곳과 볼 수 있는 것이 늘어났다. 버드나무 역시 그 과정에서 인식하게 된 대상 중 하나였던 셈이다. 

물리적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자 인식의 반경 또한 확장됐다. 

창녕의 레지던시 활동과 경남의 곳곳을 다니며 꽃과 식물뿐만이 아니라 나무와 저수지, 산과 강을 더 자주 만나려 했다. 자연과 거리를 가깝게 두는 경험은 대상을 보다 유연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내 시야에 담기는 장면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반가움으로 다가 왔다. 특정한 분류에 시선을 가두지 않고 마음에 머무는 것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 했다. 

사생이라는 방식은 눈앞의 풍경을 경험하기에 좋은 방법이었다. 그곳, 그 시간, 자연 앞에 마주 선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시간. 사생은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자연을 담아두는 방식이며 그것들이 쌓이고 쌓일수록 캔버스 앞의 나는 자유로워졌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양과 색들, 비정형의 형태와 구성은 내가 본 풍경들과 닮아있다. 어렴풋 한 장면으로 떠오르기도 하고, 때론 가늠 되지 않는 형상처럼 일렁일 때도 있다. 가끔은 그런 시각적 형상들이 추상적이거나 단순한 형태로 수렴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러한 모든 화면의 실험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즐겁다. 눈으로 바라보는 자연과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발견하게 되는 핵심적인 이미지의 교집합이 있다. 그리고 꾸준히 그림을 그려나가다 보면 그 지점을 만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전 전경 영상

 

 

 

 

 

 

 

 

저수지_oil on canvas_ 60.6×90.9cm_2023

 

 

 

 

 

 

 

 

 

 

 

 

 

 

 

 

 

 

 

 

 

 

 

 

 

 

 

 

 

 

 

 

 

 

 

 

 

 

 

 

 

 

 

 

 

 

 

 

 

 

 

 

 

 

 

 

 

 

 

 

 

 

 

 

 

 

 

 

 

버드나무_oil on canvas_80.3×130.3cm_2023

 

 

 

 

 

 

 

 

 

 

 

 

 

 

 

 

버드나무_oil on canvas_90.9×45.4cm_2023

 

 

 

 

 

 

 

 

 

 

 

 

 

 

 

 

 

 

 

 

 

 

버드나무_gouache on paper_40×30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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