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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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하는 말
매주 월요일은 오누이에서 모임으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월요 낙서 클럽’이라는 이름 그대로 월요일에 낙서하는 모임을,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4시간 동안 ‘치열한 드로잉’ 말 그대로 치열하게 드로잉 하는 모임을 한다. 월요 낙서 클럽을 진행한 지는 1년이 되었고 치드(치열한 드로잉 줄임말) 모임은 이제 세 달 째다.그래서일까 오누이를 가는만큼 작업실을 가지 않아 작업실에서만 할 수 있는 캔버스나 유화작품은 거의 하지 않고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의 그림만 그렸다. 매주 월요일의 두 모임에서, 여러 날 오누이를 지키면서.어느 날은 그리던 그림을 멈춰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가게 영업이 끝난 후 밤 10시까지 오누이의 작은 책상에 고개..
2025.02.18 -
버드나무
진해 내수면 연구소에 있는 버드나무
2025.02.15 -
나무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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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친구들
몇 주 전에 친구들이랑 진전면에 그림 그리러 갔었다. 그날 너무 추웠던 탓에 점심 먹기 전까지 그리려 했는데 삼십 분 정도 더 일찍 정리했었다. 조용한 마을에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앉아있으니 신기했는지 마을 주민 분들이 오며 가며 말을 걸어 주셨었다. 산불조심 조끼를 입은 어르신도 우리가 뭘 하는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추운데 뭐 하러 이렇게 고생하느냐며 말을 건네셨다. 느티나무가 멋져서 그리려고 창원에서 왔다고 하니 저기 차 타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주 멋들어진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고, 다른 데서 나무 보러 오는 사람들은 여기 말고 저기 소나무 보러 간다고 한 번 보고 가라 하셨다. 언 손으로 네이버에 '진전면 소나무'라고 검색하니 '여양리 꽃소나무'가 나왔다. 소나무 종에 꽃소나무가 있는게 아니..
2025.02.14 -
나무 곁
몇 년간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지어 온 과제 같은 게 있다. 한 해 동안 작업을 해나가면서 그린 그림들 중 의미 있는 화면 구성을 하나 꼽아 200호(가로*세로 2미터 남짓) 정도의 크기로 확대해 그리는 것이다. 누구도 크게 그림을 크게 그리라 시키지 않았고 캔버스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많은 재료를 사용하면서 소모적이라 생각될 때도 있지만 애정하는 만큼 그 장면을 크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첫 개인전을 했던 2020년과 다음 해에는 다채로운 색의 꽃이 화면에 가득 찬 그림을, 2022년에는 튤립이 떨어지는 순간을, 2023년에는 저수지를 그렸다.마산현대미술관 레지던시를 했던 2024년에는 많은 풍경들을 만날 수 있었고 환경덕분에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결과발표전을 3개월 앞둔 7월에 20..
2025.02.12 -
그림 그리는 사람
작년 초에 나무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나무에 대한 어떤 감상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한 해가 시작될 때 으레 1년간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픈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는가. 그래서 작년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에 있는 보호수 두 그루를 일 년간 그리려고 했었다. 정해진 수순대로 얼마 안 가 그리지 않게 됐지만 그럴만한 핑계는 나무가 그리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간과 재료만 있으면 어떻게든 그리겠지라는 마음이었는데 쉽지 않았다. 고개를 쳐들어야 간신히 보호수의 끝에 눈이 닿았고 그렇게 스트레칭하듯 고개를 한 바퀴 돌려야 나무를 다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을 a4를 반 접은 크기의 종이에 그려넣는데는 너무나도 많은 판단이 필요했다. 그리고 판단 이후의 그림 그리는 방법들은 아직 시도해보..
2025.02.04 -
초상화를 그리는 마음으로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 담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저 멀리 있다가도 자기 몸이 들어설 자리만 보이면 기회다 싶어 옆이나 무릎 위로 올라와서 냅다 누워버린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침대에 잠시 걸터앉았는데 담이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내 무릎 위로 폴짝 뛰어 올라와 앉았다. 나는 담이가 편하게 누을 수 있게 한쪽 팔을 동그랗게 말아 머리를 기댈 자리를 만들고 다른 손으로는 엉덩이를 두드려줬다. 담이는 기분이 좋은지 그르릉 소리를 내며 몸을 둥글게 말고 한참을 누워있었다. 그러다 담이와 눈을 마주쳤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는 검은 동공이 보였다. 침대 옆 스탠드만 켜두어 조도가 낮은 상태여서인지 담이의 동공이 크고 동그랗게 확장돼 있었다. 나를 보기 위해 나에게서 반사된 모든 빛을 흡수라도 하려는 듯이, 깊은 검은색..
2025.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