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14)
-
초상화를 그리는 마음으로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 담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저 멀리 있다가도 자기 몸이 들어설 자리만 보이면 기회다 싶어 옆이나 무릎 위로 올라와서 냅다 누워버린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침대에 잠시 걸터앉았는데 담이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내 무릎 위로 폴짝 뛰어 올라와 앉았다. 나는 담이가 편하게 누을 수 있게 한쪽 팔을 동그랗게 말아 머리를 기댈 자리를 만들고 다른 손으로는 엉덩이를 두드려줬다. 담이는 기분이 좋은지 그르릉 소리를 내며 몸을 둥글게 말고 한참을 누워있었다. 그러다 담이와 눈을 마주쳤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는 검은 동공이 보였다. 침대 옆 스탠드만 켜두어 조도가 낮은 상태여서인지 담이의 동공이 크고 동그랗게 확장돼 있었다. 나를 보기 위해 나에게서 반사된 모든 빛을 흡수라도 하려는 듯이, 깊은 검은색..
2025.01.27 -
작은 그림들-풍경
2024년에 종이에 그린 풍경그림들을 그러모아 봤다. 마산현대미술관 레지던시에 들어가 있던 6개월간 그렸던 그림들이다. 주로 여름과 가을에 그린 풍경들이다. 이 그림들을 보면 그때의 시간과 분위기, 그 자리에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떠오른다. 작업실에서 그리는 캔버스 작업과는 달리 이 그림들은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보며 그리거나 직접 봤던 광경을 재현한 그림들이다. 사진첩의 예전 사진을 보는듯한 기분이 드는 건 종이 위에 그려진 풍경이 내가 경험한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그때의 나는 왜 이 풍경들을 그리게 되었을까. 레지던시에 입주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와 그려야 한다는 능동과 수동이 섞인 그림에 대한 마음이 나를 바깥으로 내몰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그릴만한 것들을 찾아 ..
2025.01.18 -
2024. 10. 30~11. 24, <2024 마산현대미술관 레지던시 결과보고전/CROSSING>, 마산현대미술관, 창원 2025.01.14
-
2024. 05. 15~28, <My Archive>, SPACE MOK, 창원
개인전 홍보영상, 비파디자인 제작그림책과 작은 사진, 4컷만화와 최근의 드로잉까지. 지난 시간 동안 제 삶의 안과 밖으로 쌓인 것들을 모아 보여 드리고자 했습니다. 최근에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순간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의욕과는 다르게 마음이 낮아 질 때가 오면, 잠시 멈추어 제가 지나온 시간들과 그 순간을 남긴 그림을 꺼내어 보았습니다. 그렇게 과거의 제가 그림으로 남겨둔,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며 깨달은 것은 이 것입니다. 첫 개인전에 전시했던 그림책에 그렸던 꽃은 최근에 그리고 있는 꽃의 모양과 닮아 있고, 자연을 바라보며 느끼는 생의 기쁨이 10년 전 그림책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이번 전시는 이전의 장건율과 현재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면서 앞으로 만나게 될 저를 위한 전시이기도 ..
202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