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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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0~2023. 04. 30, <사랑의 기하학>,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창원
사랑의 기하학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학예사 정서연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울고 웃는다. 모든 생에 걸쳐 사랑을 찾아 헤매었다는 기형도의 시처럼, 사람들은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 영화 그리고 시와 소설을 보며 삶의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사랑은 어떠한 상황에도 독립적인 개인사로 유일하게 존재하지만, 누구나 유사한 형태로 공감할 수 있는 문맥이자 공식이기도 하다.사랑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이처럼 사랑은 서로 다른 대상이 존재한다는 전제조건이 성립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인간이 수없이 이루어내는 타인과의 만남, 관계 속에서 무한히 일어나고 변주하는 사건이다..
2025.03.05 -
그림으로 하는 말
매주 월요일은 오누이에서 모임으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월요 낙서 클럽’이라는 이름 그대로 월요일에 낙서하는 모임을,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4시간 동안 ‘치열한 드로잉’ 말 그대로 치열하게 드로잉 하는 모임을 한다. 월요 낙서 클럽을 진행한 지는 1년이 되었고 치드(치열한 드로잉 줄임말) 모임은 이제 세 달 째다.그래서일까 오누이를 가는만큼 작업실을 가지 않아 작업실에서만 할 수 있는 캔버스나 유화작품은 거의 하지 않고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의 그림만 그렸다. 매주 월요일의 두 모임에서, 여러 날 오누이를 지키면서.어느 날은 그리던 그림을 멈춰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가게 영업이 끝난 후 밤 10시까지 오누이의 작은 책상에 고개..
2025.02.18 -
버드나무
진해 내수면 연구소에 있는 버드나무
2025.02.15 -
나무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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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친구들
몇 주 전에 친구들이랑 진전면에 그림 그리러 갔었다. 그날 너무 추웠던 탓에 점심 먹기 전까지 그리려 했는데 삼십 분 정도 더 일찍 정리했었다. 조용한 마을에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앉아있으니 신기했는지 마을 주민 분들이 오며 가며 말을 걸어 주셨었다. 산불조심 조끼를 입은 어르신도 우리가 뭘 하는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추운데 뭐 하러 이렇게 고생하느냐며 말을 건네셨다. 느티나무가 멋져서 그리려고 창원에서 왔다고 하니 저기 차 타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주 멋들어진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고, 다른 데서 나무 보러 오는 사람들은 여기 말고 저기 소나무 보러 간다고 한 번 보고 가라 하셨다. 언 손으로 네이버에 '진전면 소나무'라고 검색하니 '여양리 꽃소나무'가 나왔다. 소나무 종에 꽃소나무가 있는게 아니..
2025.02.14 -
나무 곁
몇 년간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지어 온 과제 같은 게 있다. 한 해 동안 작업을 해나가면서 그린 그림들 중 의미 있는 화면 구성을 하나 꼽아 200호(가로*세로 2미터 남짓) 정도의 크기로 확대해 그리는 것이다. 누구도 크게 그림을 크게 그리라 시키지 않았고 캔버스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많은 재료를 사용하면서 소모적이라 생각될 때도 있지만 애정하는 만큼 그 장면을 크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첫 개인전을 했던 2020년과 다음 해에는 다채로운 색의 꽃이 화면에 가득 찬 그림을, 2022년에는 튤립이 떨어지는 순간을, 2023년에는 저수지를 그렸다.마산현대미술관 레지던시를 했던 2024년에는 많은 풍경들을 만날 수 있었고 환경덕분에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결과발표전을 3개월 앞둔 7월에 20..
2025.02.12 -
2022. 09. 21~09. 30, <2022 창작스튜디오 자작 성과전>, 진해야외공연장 내 전시장, 창원
2022년 창작스튜디오 자작 입주작가 전시서문 발췌경남도립미술관 김재환학예사장건율의 작업은 크게 두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꽃의 형상이 남아 있는 구성회화이며 다른 하나는 꽃의 형상이 단순화되어 곡선과 면, 특히 원형(圓形)의 면만이 남아 있는 추상회화다. 구성회화 역시 현실의 꽃을 재현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꽃을 보지만 꽃을 그리지 않는다. 그가 그리는 것은 꽃과의 만남이다. 만남은 언제나 각양각색이기에 매번 꽃과의 만남은 다른 이미지로 변형되어 그의 캔버스로 옮겨진다. 여기에는 무의식적으로 감정이 스며들게 된다. 감정은 곧 장건율 작가의 몸에서 흘러나온 것이기에 캔버스에 남겨진 꽃, 그 외 구성 요소들은 그의 존재를 추적할 수 있는 흔적이자 기록이다. 그래서 꽃 구성회화는 장건율이라는 작가..
2025.02.12 -
2023. 11. 10~12. 09, <꽃, 버드나무 그리고 저수지>, 갤러리 까비넷, 서울
꽃, 버드나무, 그리고 저수지내가 사는 곳 근처 하천에는 버드나무가 한 그루가 있다. 지난 2년간 그 하천을 따라 출퇴근을 하면서 차창 너머로 홀로 선 버드나무를 보곤 했다.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이나 축 늘어뜨린 가지의 생김, 호젓한 나무의 모습은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그러다 문득 이동하며 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버드나무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드로잉 도구를 챙긴 후 자전거를 타고 버드나무를 그리러 나갔다. 지난 몇 년간 꽃과 식물의 모양을 빌려와 화면을 구성하는 작업을 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마주하게 되는 꽃과 식물은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자연물이었다. 그러다 최근, 주된 이동 수단이 자동차로 바뀌면서 갈 수 있는 곳과 볼 수 있는 것이 늘어났다. 버드나무..
2025.02.12 -
2023. 04. 01~ 04. 29, <무지개 갈잎>, 갤러리이든, 서울
무지개 갈잎(rainbow fallen leaves)지금 사용하는 노트를 알게 된 건 2년 전 동료 작가로부터다. 추천받은 노트는 사용자 마음대로 속지를 더하거나 빼기가 쉬워 바인딩이 자유로운 구조다. 지금의 노트를 만나기 전에는 주로 제본 노트를 사용했다. 노트에는 일정, 메모, 낙서들을 분류 없이 쓰곤 했는데, 이 두서없음이 언제부터인가 짐처럼 느껴졌다. 단지 몇 장의 종이라 할지라도 쓸모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반면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노트는 무용한 내용을 억지로 들고 있지 않아도 되는, 필요에 따라 노트의 페이지를 없애거나 추가하기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제본 노트에 가지고 있던 아쉬움을 해소하기에 적합했다.미술학원에서 일을 하며 버려지는 유인물과 학..
2025.02.12 -
그림 그리는 사람
작년 초에 나무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나무에 대한 어떤 감상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한 해가 시작될 때 으레 1년간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픈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는가. 그래서 작년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에 있는 보호수 두 그루를 일 년간 그리려고 했었다. 정해진 수순대로 얼마 안 가 그리지 않게 됐지만 그럴만한 핑계는 나무가 그리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간과 재료만 있으면 어떻게든 그리겠지라는 마음이었는데 쉽지 않았다. 고개를 쳐들어야 간신히 보호수의 끝에 눈이 닿았고 그렇게 스트레칭하듯 고개를 한 바퀴 돌려야 나무를 다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을 a4를 반 접은 크기의 종이에 그려넣는데는 너무나도 많은 판단이 필요했다. 그리고 판단 이후의 그림 그리는 방법들은 아직 시도해보..
2025.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