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8. 19:42ㆍ2025
매주 월요일은 오누이에서 모임으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월요 낙서 클럽’이라는 이름 그대로 월요일에 낙서하는 모임을,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4시간 동안 ‘치열한 드로잉’ 말 그대로 치열하게 드로잉 하는 모임을 한다. 월요 낙서 클럽을 진행한 지는 1년이 되었고 치드(치열한 드로잉 줄임말) 모임은 이제 세 달 째다.
그래서일까 오누이를 가는만큼 작업실을 가지 않아 작업실에서만 할 수 있는 캔버스나 유화작품은 거의 하지 않고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의 그림만 그렸다. 매주 월요일의 두 모임에서, 여러 날 오누이를 지키면서.
어느 날은 그리던 그림을 멈춰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가게 영업이 끝난 후 밤 10시까지 오누이의 작은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그림을 그렸던 적도 있다. 그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의 만족감은 이젤 위에 내 키보다 큰 캔버스를 얹어 유화로 몇 겹을 쌓아 완성했을 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술이 언어고 그림이 말이라면 그림의 크기는 소리의 크기다. 재료와 질감은 목소리나 말투이고 구성요소든 단어같은게 아닐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알맞은 단어와 문장으로, 적절한 소리와 말투로 하는 게 좋듯 그림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난 항상 크고 멋진, 좋은 말만 했었나 싶다. 나긋하고 편한 소리로 일상적인 대화 같은 그림을 그렇게 많이 그리진 않았었는데, 최근 두 달 동안 오누이에서 그린 그림들은 그런 편인 것 같다.
월요낙서클럽에서 영사님, 정민이, 준우, 혜지랑 얘기 나누며 그린 손바닥만한 그림들. 오후에 그리기가 뭔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그린 그림들. 가게 책상에 앉아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편하게 그린 그림들에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 얘기를 왜 했냐면 요즘 사는 게 꽤 괜찮다. 월요일에 하하 호호 그림 그리고 화요일에 오누이에 모여 함께 읽은 책 얘기하고 남은 날에는 작은 책상에 앉아 그리고 싶은 그림 그리는게 이거면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치드모임에서 상환이가 그랬다.
“요즘 미술관이고 아트페어고 중요한가 싶다. 이렇게 앉아서 그림그리고 독서모임하고 친구들이랑 커피 한 잔 하는 걸로 충분한데.”
같이 있던 혜지도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그렇다고 했다. 근데 우리는 해야 할 것들이 많고 해내야만 지켜낼 수 있는 그리기가 있다는 걸 알아서 다시 치드했다.(치열하게 드로잉 했다는 뜻) 그림 더 열심히 그려야겠다 싶다. 나는 하고싶은 말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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